[30년 차 건축사의 조언] 건축사가 하는 일과 나에게 맞게 선택할 때 고려사항 7가지
도면 위에서 수많은 선을 긋고, 흙먼지 날리는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온 지 어느덧 30년이 넘은 건축사입니다.
평생의 꿈인 내 집 마련이나 상가 건축을 앞두고 계신 분들을 만나보면, 열이면 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난관이 있습니다.
바로 내건물을 맡아줄 좋은 설계자(건축사)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 소개를 받기도 하고, 요즘은 인터넷이나 SNS로 직접 발품을 팔아 찾아 나서기도 하죠.
하지만 건축이라는 낯선 세계 앞에서 막막함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매한가지일 것입니다.
그동안 수백 명의 건축주와 동고동락하며 깨달은 30년 현장의 지혜를 빌려, 여러분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공적인 건축을 해낼 수 있도록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건축사가 하는 일, 그들은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먼저, 건축사를 도면 그리는 사람으로만 알고 계신다면 큰 오산입니다.
건축사는 여러분의 막연한 상상과 꿈을 현실의 물리적, 법적 테두리 안에서 구현해 내는 총괄 디렉터이자 조율자입니다.
1. 기획 및 기본설계: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 예산, 대지의 조건(일조, 지형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최적의 공간 배치와 디자인을 기획합니다.
2. 실시설계와 복잡한 인허가: 아름답기만 한 도면이 아니라, 시공자가 그대로 지을 수 있는 디테일한 실시설계도를 만듭니다.
또한, 수시로 변하는 까다로운 건축법규를 검토하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내는 험난한 방패막이 역할을 합니다.
3. 시공 감리(감독): 설계가 끝났다고 끝이 아닙니다. 내 건물이 도면대로 안전하고 적법하게 지어지고 있는지 시공사를 감독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건축사의 역할입니다.
건축사가 하는 일과 나에게 맞게 선택할 때 고려사항 7가지
그렇다면 나와 꼭 맞는 건축사를 고르려면 무엇을 주의 깊게 봐야 할까요? 지인 소개든 직접 찾든, 다음 7가지 원칙은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1.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가 (경청과 소통의 자세)
건축사의 예술적 철학도 중요하지만, 그 건물에 평생을 살거나 머물 사람은 결국 건축주인 여러분입니다. 상담을 할 때 내 예산과 요구사항을 경청하기보다, 자신의디자인 고집만을 강요하거나 전문 용어로 기선제압을 하려는 설계자는 피하시는 것이좋습니다. 최고의 설계는 건축주의 삶을 깊이 이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2. 포트폴리오의 방향성이 나의 목적과 일치하는가
의사에게도 전공이 있듯, 건축사도 주로 다루는 분야가 있습니다. 상업용 꼬마빌딩을 주로 설계한 분에게 고즈넉한 단독주택을 맡기거나, 현대적인 노출 콘크리트를 잘하는분에게 한옥 스타일을 요구하는 것은 위험한 모험입니다. 내가 짓고자 하는 용도, 규모,디자인 스타일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지 그들의 과거 작업물(포트폴리오)을 꼼꼼히확인하세요.
3. 지인 찬스'의 함정을 냉정하게 경계하라
내 친구가 아는 건축사인데 싸게 잘해준대.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보는 실패 사례 중 하나입니다.
인간관계에 얽혀 쓴소리도 못 하고, 계약서도 대충 쓰며, 문제가 생겨도 속만끓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지인의 소개라 할지라도 일반적인 기준과 동일하게포트폴리오를 검증하고, 계약 조건은 오히려 더 철저하고 명확하게 문서화해야 합니다.
4. 도면 밖 현장의 변수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가
모니터와 도면 위에서는 완벽했던 설계도, 비바람이 치는 실제 시공 현장에서는 수백가지의 변수와 충돌합니다. 좋은 건축사는 도면만 예쁘게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시공경험이 풍부하여 현장의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시공사와 원만하게 조율해 내는실전형 문제 해결사여야 합니다.
5. 무조건 싼 설계비? 합당한 비용과 투명한 계약
건축주 입장에서는 단돈 100만 원이라도 아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입니다. 하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옛말은 건축판에서 절대적인 진리입니다. 지나치게 저렴한 설계비는 필연적으로 부실한 도면으로 이어지고, 엉성한 도면은 결국 시공 과정에서 수천만 원의
추가 공사비 폭탄으로 돌아옵니다. 정당하고 합리적인 비용을 지불하되, 그에 걸맞은수준 높은 서비스와 상세한 도면을 당당히 요구하십시오.
6. 끝까지 현장을 책임지는 '감리'에 철저한가
설계 도면을 넘기고 나면 연락이 잘 안 되는 설계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건축의 성패는시공에서 갈립니다. 내가 선택한 건축사가 시공 과정에서 얼마나 자주 현장에 방문하고감리 업무를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지, 기존 건축주들의 평판을 알아볼 수 있다면 꼭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7. 무엇보다 나와 케미(궁합)가 맞는 사람인가
건축은 설계부터 완공까지 최소 1년, 길게는 수년이 걸리는 지난하고 고된 여정입니다.
수없이 많은 회의를 하고, 때로는 갈등을 빚으며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렇기에 대화가 잘 통하고,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으며, 갈등 상황에서도 합리적으로 조율해 낼 수 있는 인격적인 케미가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마치며
집을 짓는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가장 거대한 프로젝트이자, 꿈의 실현입니다.
30여년간 도면을 곁에 두고 현장을 지키며 제가 깨달은 단 하나의 진리는 이렇습니다.
좋은 건축물은 훌륭한 디자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좋은 건축주와 좋은 건축사의 단단한 신뢰에서 탄생한다.
건축사로서 말씀드린 7가지 기준을 잣대 삼아, 발품을 파는 수고로움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부디 여러분의 소중한 꿈을 튼튼하고 아름다운 현실로 지어 올려줄 최고의 파트너를 만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